"가족이 먹는 음식을 귀한 분들과 나눈다는 생각입니다."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같다는 식약동원(食藥同原)이 회사의 경영철학정순형 기자 junsh@busan.com 입력 : 2019-07-22 15:45:54 수정 : 2019-07-23 10:55:45 게재 : 2019-07-22 15:47:45 경북 경주시 강동면 왕신리 진아F&C 장독대에서 잘 발효시킨 메주를 들고 서 있는 김명자 회장(사진 오른쪽)과 송연실 대표 모녀.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을 귀한 분들과 나눈다는 생각입니다." 전통발효식품 제조업체인 진아F&C(眞我Food&Culture·경북 경주시 강동면 왕신리) 김명자 회장과 송연실 대표는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같다는 식약동원(食藥同原)이 회사의 경영철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모기업인 대한동방㈜, 더케이프 리조트 및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하던 김명자 회장은 지난 2008년 암 선고를 받았다. 수술 이후 항암 치료 중 암의 원인이 음식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멸치젓갈과 간장, 된장을 직접 담기 시작한 것이 사업의 시초였다. 김 회장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멸치액젓을 사기 위해 들린 젓갈제조시설의 열악한 위생환경을 목격한 것도 '내가 제대로 만들어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발효식품사업에 뛰어든 동력이었다고 술회했다. 김 회장의 장녀인 송연실 대표도 "지난 2008년 친정어머니의 암 선고가 가족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면서 "전통장류 발효식품회사인 진아F&C가 어머니와 가족, 주변 친구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시작됐다"고 소회했다. 2008년 당시 경주·포항지역 여성기업인 모임을 주관했던 진아F&C 김명자 회장은 "5월 알배기 멸치를 옛날 방식대로 장독에서 삭혔더니 구수한 감칠맛에 주변 사람들이 한결같이 맛있다고 칭찬했다"면서 "첫해 60ℓ 멸치액젓을 자선바자회에 내놓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 양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맛의 고장인 전북 군산이 고향인 김명자 회장은 "군산에서 어렸을 때부터 친정엄마로부터 배웠던 장맛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면서 "천연의 건강한 맛을 내기 위해 지금도 그 때를 떠올린다"고 밝혔다. 해마다 수백포기의 김장김치를 이웃과 나눠 온 김 회장에게 멸치액젓과 김장의 의미는 매우 컸다. 늘어난 멸치와 젓갈의 양만큼 항아리의 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근에 만든 장독이 아니라, 옛날 방식으로 만든 오래된 항아리를 구하기 위해 전국 사찰과 한옥을 찾아다녔어요. 오래된 장독 안에 살고 있는 좋은 미생물이 면역과 건강, 발효에 도움이 더 많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구요!" 지난 5월 경남 남해에서 구입한 청정수역 남해산 멸치로 항아리에 젓갈을 담고 있는 송연실 진아F&C 대표. 좋은 멸치와 건강한 소금을 구하는데도 노력을 쏟았다. 수소문 끝에 한려수도 청정해역인 경남 남해에서 잡은 5월 알배기 멸치를 남해수협 윤희곡 중매인으로부터 직접 구입한다. 소금은 전남 신안군 임자도 마하탑까지 찾아가서 소금밭 상태를 확인한 뒤 천일염을 구입해 3년 이상 간수를 빼서 사용한다. 덕분에 오래된 장독 안에 살아 있는 미생물이 멸치 살과 기름, 내장을 완전히 발효시켜 감칠맛과 영양분이 풍부하다. 여기에다 왕신젓갈은 "물을 넣거나, 조미료 등 인공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은 천연식품"이라고 김명자 진아F&C 회장은 강조했다. 건강한 방식으로 만든 멸치액젓과 김치, 어간장과 된장 등은 김 회장의 면역력 강화와 이를 통한 암 극복에도 큰 도움을 줬다. 이런 발효음식 덕분에 김 회장도 암완치 판정을 받았다. "3년전 일본 규슈 벳푸의 코지야혼텐 된장제조회사의 대표님을 찾아갔어요. 일본 NHK 등 전국 미디어와 출판을 통해 '발효와 면역 전도사'로 알려진 분이었어요. 그 분이 저희를 만나자마자 '발효식품이 면역에 가장 중요하다. 미래의 새로운 화두가 면역과 발효'라고 조언하더라구요. 제대로 된 된장과 간장, 젓갈 등 발효음식을 통해서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전통발효식품제조회사인 진아F&C(경북 경주시 강동면 왕신리)에서 생산한 잘 발효해 좋은 미생물이 가득 핀 메주와 장독대 모습. 진아F&C의 핵심 제품은 왕신멸치액젓과 왕신간장, 왕신된장. 김명자 회장은 "왕신간장은 멸치액젓과 소금물, 한식메주를 함께 발효시켜 멸치의 아미노산이 콩의 풍미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오래된 장독에서 3년 이상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 후 된장을 별도로 가르지 않고 간장만 따로 담기 때문에 메주 특유의 달콤함과 영양성분이 오롯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자 회장은 이어 "왕신간장은 끓이지 않았기 때문에 건강에 좋은 미생물이 살아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메주의 달콤함에 멸치젓의 감칠맛을 더해 MSG를 넣지 않고도 음식 맛이 날 수 있는 간장"이라고 소개했다. 김명자 회장과 송연실 대표는 한국 전통발효공법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 2015년 7월에는 '멸치잔사와 메주를 이용한 어간장 및 어된장 제조방법 및 이에 의해 제조된 어간장 및 어된장'으로 특허까지 받았다. '왕신' 브랜드는 식품회사가 있는 경주의 마을 이름(경북 경주시 왕신리)과 '큰 믿음을 가지고 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제품명도 '왕신(王信)'으로 정했다. 김명자 회장에 이어 2대째 장을 만들어가는 송연실 대표는 일본 NHK방송국 리포터 출신으로 일본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한 일본 전문가다. 송 대표는 일본통이란 강점을 적극 활용해 2016년 회사 설립 이후 매년 2~3회씩 일본 전통장류제조업체를 방문해 발효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일본장내미생물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발효식품과 면역력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도 벌이고 있다. 진아F&C의 장독대와 왕신멸치액젓, 왕신간장을 보면서 나오는 생각은 '명품'이라는 단어였다. 그렇게 왕신의 장은 명품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김명자 회장은 "향후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고급화, 차별화를 시도할 생각"이라면서 "발효를 통해 면역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정순형 기자 junsh@busan.com[출처: 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9072215455465144